
제가 열두 번째로 앞두고 있는 시험관아기(IVF) 시술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담당 선생님께 이번이 마지막 채취가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고날에프와 함께 그로트로핀이라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해주셨는데요, 이 글에서는 그로트로핀이 정확히 어떤 약이고 IVF 시술에서 왜 이 주사를 병행하는지, 그리고 난자질 개선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제가 직접 공부하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여러 차례 시험관을 반복하면서 성장호르몬 보조요법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로트로핀이란? 성장호르몬 보조요법의 원리
그로트로핀은 동아에스티에서 만든 주사제로, 성분명은 소마트로핀입니다. 여기서 소마트로핀이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든 사람 성장호르몬을 뜻하는 말로, 원래 우리 몸의 뇌하수체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과 거의 동일한 작용을 하도록 설계된 약물입니다. 원래는 소아의 저신장증이나 성인의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전문의약품인데, 최근에는 난임 치료 현장에서도 보조요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국내외 허가사항상 정식 적응증이 아니라 오프라벨로 처방되는 방식인데요, 오프라벨이란 약이 원래 허가받은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처방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보조요법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이 점을 미리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담당 선생님도 이번이 마지막 채취일 수 있다는 제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난자의 성장 환경을 좋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고날에프라는 난포자극호르몬(FSH) 제제와 함께 그로트로핀을 처방해주셨습니다. 여기서 난포자극호르몬(FSH)이란 난소 안의 난포를 자라게 만드는 대표적인 배란유도 주사인데, 그로트로핀은 이 FSH의 작용을 옆에서 도와주는 보조제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실제로 그로트로핀 주사는 냉장 보관이 필수인 제품이라, 주사실에서 냉장보관이라는 문구와 투여 용량, 날짜를 따로 메모해주었습니다. 시험관 시술은 하루하루 스케줄이 촘촘하기 때문에 이런 작은 관리 습관 하나가 시술 전체의 안정성을 지키는 데 꽤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의 시술을 거치며 체감하고 있습니다.
난자질 개선에 미치는 그로트로핀의 효과
성장호르몬이 난자질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핵심 기전은 바로 IGF-1이라는 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IGF-1이란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줄임말로, 성장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간과 난소 안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입니다. 이 IGF-1이 난포자극호르몬과 함께 작용하면서 난소의 과립막세포와 난포막세포의 증식을 돕고, 에스트로겐 합성과 배란 전 난자의 성숙 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나이가 많은 여성의 난자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여기서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발전소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 소기관으로, 난자가 수정 이후 정상적으로 분열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Fertility and Sterility에 실린 메타분석 논문에 따르면, 그로트로핀 같은 성장호르몬 보조요법은 특히 저반응군, 즉 과거 시술에서 채취된 난자 수가 적었거나 난소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군에서 임신율과 출산율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출처: Fertility and Sterility)
다만 저 역시 여러 번의 시험관을 거치면서 느낀 것은, 성장호르몬이 마법 같은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난자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을 실어주는 보조 역할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12차 시술에서도 큰 기대와 함께,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IVF 12차 시술에서 그로트로핀을 처방받은 이유
사실 성장호르몬 보조요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아직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국제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에서는 1,352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16건의 무작위대조시험을 종합 분석했는데, 저반응군 환자에서는 성장호르몬 보조요법을 병행했을 때 출산율과 임신율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되었지만, 근거의 확실성 자체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출처: Cochrane Library)
여기서 저반응군이란 이전 시술에서 최대 용량의 배란유도제를 썼는데도 채취된 난자가 5개 미만이었거나, 난소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아 난소 예비력이 낮은 환자군을 뜻하는 의학 용어입니다. 제가 이번에 열두 번째 IVF를 진행하면서 담당 선생님께 마지막 채취가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린 이유도, 그동안의 시술 경험상 채취되는 난자 수와 배아 질이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도 조금이라도 난자의 성장 환경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고날에프와 그로트로핀을 함께 처방해주셨고, 저 역시 작년 임신에 성공했던 주기에도 같은 조합을 썼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마음을 다잡고 성실하게 투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성장호르몬 주사는 냉장 보관이 필수이고 투여 용량과 시기가 개인별로 다르게 처방되기 때문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맞춰 정확한 용량과 일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혹시 저처럼 반복되는 IVF 시술을 앞두고 성장호르몬 보조요법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하시되 본인의 난소 나이와 이전 시술 결과를 바탕으로 담당 선생님과 충분히 상담하신 뒤 결정하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