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관아기 시술을 여러 번 경험하다 보면 같은 동결이식이라도 매번 준비 과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 이번이 세 번째 동결이식 도전이고, 지금까지 시험관아기 과정을 총 12번 진행한 난임부부의 아내입니다. 이번에는 프로기노바와 함께 맥시그라를 하루 1회 질정으로 사용하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맥시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알고 있는데 왜 난임 치료에 사용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알아보니 맥시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이 있어, 일부 난임 치료에서는 자궁내막 혈류를 개선하기 위한 보조요법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다만 맥시그라가 여성 난임 치료용 질정으로 허가된 약이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처방받은 맥시그라가 어떤 약인지, 동결배아이식에서 왜 사용되는지,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주의할 점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맥시그라 질정, 왜 사용하는 걸까?
제가 처방받은 약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맥시그라 50mg 구강붕해정입니다. 주성분은 실데나필(sildenafil)입니다. 실데나필은 원래 남성 발기부전 치료 등에 사용되는 약물이며, 맥시그라 역시 이러한 목적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입니다. 즉, 제품 자체가 여성 난임 치료용 '질정'으로 만들어진 약은 아닙니다. 제가 난임병원에서 받은 처방처럼 의사가 동결배아이식 준비 과정에서 질내 투여를 지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런 사용은 허가된 용도와 별개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처방이라는 점을 먼저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데나필은 PDE-5 억제제입니다. PDE-5 억제제란 혈관을 이완시키는 신호가 더 오래 작용하도록 도와 혈관을 넓히는 약물입니다. 쉽게 말하면 혈관의 긴장을 풀어 혈액이 흐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작용을 합니다. 실데나필은 PDE-5라는 효소를 억제하고, 그 결과 혈관을 이완시키는 cGMP라는 물질의 작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cGMP란 혈관의 평활근을 이완시키는 데 관여하는 신호물질입니다.
이러한 혈관확장 작용 때문에 난임 분야에서는 자궁내막과 자궁 주변의 혈류를 개선할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왔습니다. 특히 동결배아이식에서는 해동한 배아가 착상할 수 있도록 자궁내막을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궁내막 수용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자궁내막 수용성이란 배아가 자궁내막에 착상하기에 적절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제가 이해하기에는 프로기노바가 에스트로겐을 보충해 자궁내막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면, 맥시그라는 자궁내막 주변 혈류 개선을 기대하는 보조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실데나필이 얇은 자궁내막을 가진 여성에서 자궁내막 두께와 혈류 지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출처: Journal of International Medical Research,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673063/]) 다만 모든 동결이식 환자에게 필요한 약은 아니며, 자궁내막 상태와 과거 치료 과정 등을 종합해 담당 의료진이 처방하는 약이라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맥시그라 효능, 자궁내막 혈류에 도움 될까?
맥시그라를 난임 치료에서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이야기되는 부분은 자궁내막 혈류 개선입니다. 자궁내막 혈류란 말 그대로 자궁내막으로 혈액이 얼마나 원활하게 공급되는지를 의미합니다. 실데나필은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자궁으로 공급되는 혈류를 개선할 가능성이 연구되었습니다. 특히 자궁내막이 얇은 난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데나필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한 메타분석에서는 총 9개 연구, 1,45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했으며, 실데나필을 사용한 그룹에서 대조군보다 자궁내막 두께가 평균적으로 더 높았고 자궁동맥의 저항지수도 낮아졌으며 임상적 임신률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자궁동맥 저항지수(RI)란 자궁으로 혈액이 흐를 때 혈관이 얼마나 저항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저항이 낮을수록 혈류가 원활하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출처: Journal of International Medical Research, [https://pubmed.ncbi.nlm.nih.gov/33176524/])
이 결과만 보면 '맥시그라를 사용하면 착상이 잘되는 것 아닌가?'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연구 대상 대부분이 얇은 자궁내막을 가진 여성이었고, 연구마다 약의 용량과 투여 방법, 난임 치료 방법이 달랐습니다. 또한 모든 연구가 동일한 결과를 보여준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반복적인 IVF 실패와 얇은 자궁내막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질내 실데나필을 사용했을 때 자궁내막 두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 역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The Effect of Vaginal Sildenafil on The Outcome of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Cycles in Patients with Repeated Implantation Failure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875854/])
따라서 '맥시그라가 착상률을 확실하게 높여주는 약이다'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보면 특정 환자, 특히 얇은 자궁내막을 가진 여성에서 자궁내막 두께나 혈류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실제 동결배아이식에서는 자궁내막 두께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배아의 염색체 상태와 질, 자궁내막의 형태와 수용성, 호르몬 상태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맥시그라를 처방받으면서 '이 약이 임신을 만들어주는 약'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배아를 맞이할 자궁 환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보조요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맥시그라 주의사항, 질정 사용과 부작용
제가 처음 맥시그라를 받았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구강붕해정인데 정말 질에 넣어도 되는 걸까?'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허가사항과 제가 병원에서 받은 처방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맥시그라 50mg은 기본적으로 경구용 제제이며, 여성 난임 치료를 위한 질정으로 허가된 제품이 아닙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난임 환자들이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임의로 구입해 질에 넣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저처럼 난임병원에서 질내 투여를 지시받은 경우에는 담당 의료진의 처방과 사용법을 우선해야 합니다. 저는 병원에서 하루 1회 넣으라고 안내받았기 때문에 자기 전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기 전에 사용하면 약을 넣은 직후 움직임이 적어 개인적으로는 사용하기 편하지만, '취침 전에 넣어야 약효가 더 좋아진다'고 확정할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 한 번, 같은 시간에 넣으라는 처방을 지키는 것입니다.
실데나필은 혈관확장제 역할을 합니다. 혈관확장제란 혈관의 긴장을 낮춰 혈관을 넓히는 작용을 하는 약물을 말합니다. 따라서 두통, 얼굴이 붉어지거나 화끈거리는 증상, 어지러움, 코막힘,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실데나필은 질산염 제제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됩니다. 질산염 제제란 협심증 등에 사용하는 혈관확장제로, 실데나필과 함께 사용하면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리오시구앗(riociguat)과의 병용도 금기입니다. (출처: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DailyMed, [https://dailymed.nlm.nih.gov/dailymed/drugInfo.cfm?setid=5f9ff0bb-5634-437a-96eb-249b910c7e81])
질내 사용 중 심한 따가움이나 통증, 비정상적인 출혈, 심한 어지러움 등이 생긴다면 다음 진료일까지 무조건 참고 사용하기보다는 병원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시야 이상이나 청력 변화처럼 평소와 다른 증상이 발생한다면 의료진에게 바로 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맥시그라가 임신을 보장하는 약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연구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동결이식에서 맥시그라를 처방받았다고 해서 너무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프로기노바와 함께 자궁내막을 준비하기 위한 여러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하루 한 번 자기 전에 사용하면서, '이 약을 사용하면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약이 잘 작용하길 바라며 제가 할 수 있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간다는 마음으로 사용려고 있습니다. 시험관 시술을 여러 번 경험한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고 마음도 쉽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약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 몸이 배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저처럼 맥시그라를 질정으로 처방받으신 분이라면 '왜 이 약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사용하는지, 어떤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알려야 하는지'를 꼭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고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의학적인 정보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왜 처방되었는지를 아는 것 역시 난임 치료 과정에서 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