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이 세 번째 동결배아이식 도전입니다. 지금까지 시험관아기 과정을 총 12번 진행했고, 현재 동결되어 있는 배아는 3일 배아 3개와 6일 배아 1개입니다. 처음에는 5일 배아가 하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확인해보니 이 배아는 5일째에 포배기가 된 것이 아니라 하루 늦은 6일째에 포배기까지 발달한 배아였습니다. 게다가 담당 선생님께서는 3일 배아 3개 중 1개는 상급 배아, 6일 배아는 중급 배아라고 설명해주셨고, 이번 동결이식에서는 3일 배아를 먼저 사용하는 방향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래도 6일까지 자란 배아라면 더 발달한 배아인데 왜 3일 배아를 먼저 권하실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알아보니 이번 결정은 단순히 3일 배아냐 6일 배아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배아의 발달 단계뿐 아니라 배아 등급, 발달 속도, 포배기 형성 여부, 여성의 나이, 과거 이식 결과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와 같은 40대 난임에서는 배아의 형태가 좋다고 해서 염색체가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가진 3일 배아 3개와 6일 배아 1개를 놓고 왜 담당 선생님께서 3일 배아를 먼저 추천하셨는지, 그리고 40대 난임에서 배아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동결배아이식, 왜 3일배아를 먼저 추천했을까?
동결배아이식은 냉동 보관된 배아를 해동한 뒤 준비된 자궁내막에 이식하는 치료입니다. 이번에는 3일 배아 3개와 6일 배아 1개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배아를 먼저 사용하는지가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고민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아는 수정 후 세포분열을 거치면서 발달합니다.
3일 배아는 수정 후 약 3일째의 난할기 배아로, 여러 개의 세포가 분열한 상태입니다. 반면 포배기 배아는 배아 내부에 공간이 만들어지고 앞으로 태아가 될 내세포괴와 태반 형성에 관여하는 영양외배엽이 구분되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쉽게 말하면 3일 배아는 아직 초기 세포분열 단계이고, 포배기 배아는 조금 더 발달한 단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더 오래 발달한 포배기 배아가 항상 좋은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좋은 예후의 환자에서 포배기 배아 이식이 난할기 배아 이식보다 높은 생아출산율을 보일 수 있고, 배아를 선별하는 데 장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포배기 배아가 무조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배아의 발달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출처: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https://www.asrm.org/])
저의 경우가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포배기 배아는 5일 배아가 아니라 6일 배아입니다. 즉, 조금 더 천천히 발달해서 6일째에 포배기 단계에 도달한 배아입니다. 여기서 배아 발달 속도란 수정 후 배아가 난할기에서 포배기까지 얼마나 빠르게 발달했는지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5일째 포배기에 도달한 배아와 6일째 포배기에 도달한 배아의 임상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D5 배아가 D6 배아보다 임상임신율과 생아출산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연구에서는 동일한 배아 질을 비교했을 때 D5 포배기의 임상임신율과 생아출산율이 D6 포배기보다 높았습니다. (출처: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36929109/]) 그렇다고 해서 D6 배아가 나쁜 배아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2026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단일 동결배아이식에서 D6 배아도 충분히 생아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여러 요인을 보정했을 때 D6 배아의 임상 결과가 D5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출처: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42485684/])
따라서 “6일 배아니까 무조건 좋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6일이라는 발달 속도에 더해 배아 등급까지 중급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반면 3일 배아 3개 중에는 담당 선생님이 상급이라고 평가한 배아가 하나 있습니다. 결국 선생님께서 3일 배아를 먼저 추천하신 것은 단순히 3일 배아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배아 각각의 실제 상태를 비교했을 때 상급으로 평가된 3일 배아가 중급 D6 배아보다 먼저 선택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일배아 상급, 6일배아 중급의 차이는?
이번에 제가 가장 많이 공부하게 된 부분이 바로 배아 등급입니다. 배아 등급은 배아의 모양과 발달 상태를 관찰해 배아의 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3일 배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세포 수, 세포 크기의 균일성, fragmentation(절편화) 정도 등을 살펴봅니다. 절편화란 정상적인 세포분열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질 조각처럼 보이는 부분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절편화가 적고 세포분열이 균일한 배아가 좋은 형태학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담당 선생님께서 제 3일 배아 3개 가운데 1개를 상급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적어도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형태학적인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배아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6일 배아는 포배기까지 발달한 배아이기 때문에 평가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포배기 등급은 배아의 확장 정도와 함께 ICM과 TE의 상태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ICM(내세포괴)은 향후 태아를 형성하는 세포 집단이고, TE(영양외배엽)는 향후 태반 형성에 중요한 세포층입니다.
쉽게 말해 6일 배아를 평가할 때는 “6일까지 자랐다”는 사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배아가 얼마나 잘 확장되었고 ICM과 TE가 얼마나 좋은 형태를 보이는지를 함께 봅니다. ASRM 역시 포배기 배아 평가와 관련해 배아의 형태학적 특성을 이용해 이식할 배아를 선택할 수 있지만, 형태만으로 최종적인 생존 가능성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출처: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https://www.asrm.org/practice-guidance/practice-committee-documents/blastocyst-culture-and-transfer-in-clinically-assisted-reproduction-a-committee-opinion-20182/])
저의 경우에는 6일 배아가 중급이라고 했기 때문에 단순히 “포배기까지 갔으니 3일 배아보다 무조건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D6 배아는 5일째에 포배기에 도달한 배아보다 하루 늦게 발달한 배아이기 때문에, 발달 속도 자체도 배아 선택에서 하나의 정보가 됩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동결배아이식에서 D5 포배기가 D6 포배기보다 착상률, 임상임신율, 생아출산율에서 유리한 경향이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연구의 질과 환자군의 차이 때문에 이를 모든 여성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출처: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32022423/]) 그래서 중요한 것은 “6일 배아라서 나쁘다”가 아니라 “내가 가진 6일 배아의 등급이 중급이고, 동시에 3일 배아 중 상급 배아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놓고 보면 담당 선생님이 3일 배아를 먼저 권한 이유가 조금 더 이해됩니다.
또 하나 40대 난임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염색체 이상(aneuploidy)은 정상적인 염색체 수에서 벗어난 상태를 의미하며, 여성의 나이가 증가하면서 배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상급 배아라고 해서 반드시 염색체가 정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중급 또는 D6 배아라고 해서 반드시 염색체 이상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형태학적 등급과 염색체 상태는 서로 다른 정보입니다.
PGT-A는 포배기 배아에서 일부 세포를 채취해 염색체 수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배아의 염색체 상태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권고되는 검사는 아닙니다. (출처: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https://www.asrm.org/practice-guidance/practice-committee-documents/the-use-of-preimplantation-genetic-testing-for-aneuploidy-a-committee-opinion-2024/]) 따라서 PGT-A를 하지 않은 저의 배아에서는 결국 담당 선생님이 확인한 형태학적 등급과 발달 속도, 과거 이식 경험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40대 난임, 이번에는 3일배아부터 도전하기
40대에 시험관아기를 하면서 배아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특히 저는 지금까지 시험관아기 과정을 12번이나 경험했고, 이번이 세 번째 동결배아이식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6일 배아가 하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배아를 먼저 이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께서 제 배아들을 직접 확인한 후 3일 배아 3개를 먼저 추천하셨고, 그중 1개는 상급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반면 6일 배아는 중급이었습니다. 이런 설명까지 듣고 나니 이번에는 선생님의 판단을 신뢰해 3일 배아부터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단일배아이식(eSET)이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단일배아이식은 한 번의 이식에서 배아 하나만 자궁에 넣는 방법으로, 다태임신의 위험을 낮추면서 건강한 단태임신을 목표로 하는 전략입니다. 특히 좋은 예후의 배아가 있는 경우에는 여러 개를 한꺼번에 이식하기보다 하나의 배아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됩니다. ASRM도 좋은 예후의 환자에서 포배기 단일배아이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태임신 위험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https://www.asrm.org/practice-guidance/practice-committee-documents/guidance-on-the-limits-to-the-number-of-embryos-to-transfer-a---committee-opinion-2021/])
하지만, 저는 상급을 포함해서 3개까지 이식 가능합니다.(만35세 이상) 신선과 동결이식을 여러 번 3개의 배아를 이식해왔던터라, 선생님도 3일 배아 3개를 한꺼번에 하는 것을 추천하셨고, 저도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후 6일 중급 배아를 사용하는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가진 배아의 정확한 세포 수와 fragmentation, 6일 배아의 정확한 ICM·TE 등급, 자궁내막 상태 등을 모두 알지 못한 상태에서의 일반적인 판단입니다. 실제 이식 순서는 담당 선생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프로기노바는 에스트로겐을 공급해 자궁내막을 준비하는 호르몬제이고, 맥시그라 질정은 담당 선생님이 자궁내막 환경을 고려해 처방한 약이며, 아스피린 역시 처방받은 용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약들은 배아 자체의 염색체 상태를 바꾸는 약이 아니므로, 약을 잘 사용하는 것과 어떤 배아를 먼저 선택할지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담당 선생님이 정해주신 용량과 시간에 맞춰 약을 사용하면서, 배아 선택은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5일 배아 또는 6일 배아가 무조건 3일 배아보다 좋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3일 배아 중 상급 배아가 있고, 6일 배아는 중급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배아 상태를 비교했을 때 선생님께서 3일 배아를 먼저 권하신 것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D6 배아가 D5 배아보다 평균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보고된 경우가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D6 배아도 충분히 좋은 임상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어 배아의 발달 날짜 하나만으로 우열을 결정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세 번째 동결이식에서는 저도 조급하게 “더 오래 자란 배아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현재 제게 있는 배아 중 어떤 배아가 가장 좋은 상태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보려고 합니다. 3일 배아 3개 중 상급 배아가 있다는 것이 이번에는 오히려 중요한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 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3일이냐 6일이냐”가 아니라 “현재 내 배아 중 어떤 배아가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느냐”일 것 같습니다. 12번의 시험관아기 과정을 지나오고 세 번째 동결이식을 준비하는 지금, 저는 담당 선생님의 설명을 바탕으로 상급으로 평가받은 3일 배아부터 차분하게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결과에 너무 앞서가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잘 지켜가면서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새생명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을 함께 응원합니다.